독자편지
최태준 씨의 독자편지를 보고:
지적 탐구와 대안 제시는 투쟁 확대와 대립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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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달 전, 최태준 씨가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의 의의와 좌파의 역할에 관한 독자편지를 기고했다.
최태준씨는 박원순의 당선으로 진보 운동에 기회가 열린 상황에서
큰 틀에서 이는 올바른 정세판단이고 방향 제시다.
박원순을 사실상 신자유주의 세력과 같다고 매도하는 이런 진단은
그러나 나는 최태준 씨와 논쟁하고 싶은 쟁점들도 있다. 시민사회 내부로 깊숙이 진입하기 위해
최태준씨의 두 주장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 투쟁을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좌파가 투쟁을 확대하려고 들면
그러나 실제에서는 오히려 투쟁을 건설했을 때 사람들의 의식이 발전하고 지배 이데올로기를 후퇴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박원순 당선 직후 분출한 한미FTA 반대 운동을 예로 들자면, 처음에는
FTA반대 운동을 더 길게 보면, 2006년에는 한미FTA가 주로 농민들만의 문제로 여겨졌지만, 투쟁을 거치면서 양국 간 불평등 협정이라는 점이 부각되고, 영리병원을 운영하는 1 퍼센트를 살 찌우기 위해 건강보험에 기대어 사는 99 퍼센트를 팔아 넘기려 한다는 계급적 분석도 등장하면서 연대가 더 확대됐다.
놀라운 발전
이는 한미FTA 반대 운동만의 유별난 특징이 결코 아니다. 이집트에서도 민중들이 처음에는 제한적 정치 자유와 약간의 최저임금 인상만을 요구했지만, 무바라크를 퇴진시켰고 지금은 한 때
물론 이런 과정은 자동적이지 않았다. 이집트 좌파 활동가들이 투쟁을 더 확대해야만 그동안 얻어낸 성과를 지킬 수 있다고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강조하고 다녔고, 그런 노력이 투쟁을 진전시키는 데 중요한 기여를 했다.
올해 초 청소노동자 투쟁, 2008년 촛불항쟁, 2007년 이랜드 비정규직 투쟁도 모두 비슷했다.
지배계급 이데올로기가 건재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FTA를 반대하는 주장들은 분명 FTA반대 운동의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무기들이지만, 그렇다고 조중동의 영향력이나 정부의 FTA 광고를 압도할 만큼 강력하지는 못하다. 선전 수단만 놓고 보면 우리는 베트남전 당시 미군에 맞서 싸운 베트콩만큼이나 열세였다.
이집트에서는 심지어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결국 지배 이데올로기에 결정적 균열을 가한 것은 대중 자신의 행동이었다. 사람들은 지배계급 이데올로기의 영향을 강하게 받기도 하지만, 자신이 투쟁에 동참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발견하면 빠르게 그 이데올로기로부터 벗어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FTA의 일부 독소조항만을 제한적으로 반대했던 사람들도, 이명박이 경찰을 풀어서 사람들을 잡아가고 한나라당이 최루탄을 맞아가면서까지 날치기를 강행하는 것을 보며, 저들에게 재협상을 맡길 것이 아니라 아예 저들을 끌어내리고 FTA는 폐기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이집트에서 30년 이상 집권해 온 무바라크가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도 수많은 노동자와 청년이 자신과 함께 거리에 서서 목숨 걸고 보안경찰과 맞서 싸우는 것을 보면서 튀니지에서처럼 혁명이 가능하다고 용기를 갖게 된다. 또 무바라크를 무너뜨린 자신들의 힘을 확인했는데 이제 와서 군부에 만족할 까닭이 없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한국에서든 이집트에서든 지배계급은 사람들이 의식을 발전시키는 것을
따라서 최태준 동지가 옳게 제시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