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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삶을 지키는 투쟁:
KTX 민영화를 막아내자!

KTX 민영화가 ‘핫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벌써부터 국민의 70퍼센트가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60여 개 노조·시민사회·정당 등이 참가한 역대 최대의 민영화 반대 대책위(KTX 민영화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철도노조가 시작한 KTX 민영화 반대 서명에도 “대전에서만 하루 1천 명이 넘게 참여”할 정도다.

이것은 정부·여당에 상당한 압력을 넣었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비대위조차 “서두를 일이 아니”라고 나서면서, KTX의 수서-경부·호남선 신규 노선 운영권 매각은 총선 이후로 연기됐다.

민영화는 미친 짓이다 1백50여 명의 사상자를 낸 2008년 미국 메트로링크 열차 사고. 이윤을 최우선하는 민영화 논리가 이런 끔찍한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결코 KTX 민영화 계획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명박은 최근에도 장·차관 들을 불러 놓고 ‘선거철 포퓰리즘을 경계하라’면서 “자리를 걸고 정책을 지켜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토해양부는 직원들을 강제 동원해 ‘민영화 찬성 댓글 달기’에 나서 눈총을 사기도 했다.

KTX 민영화에 이명박 측근들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민영화 정책 추진에는 일부 개인들의 탐욕뿐 아니라, 한국 지배계급 전체의 이해관계가 중심에 있다.

지배자들은 깊어지는 경제 위기 속에서 위기의 비용을 평범한 노동자·민중에게 떠넘기려 한다. 정부가 복지 축소, 비정규직·해고 확산, 민영화 등을 낳을 한미FTA를 강행한 것은 이 때문이다.

KTX 민영화는 바로 이런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부다. 정부는 KTX 신규 노선 매각을 시작으로 그동안 제동이 걸린 민영화 정책에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한다. 최근 청주공항이 매각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정부는 2008년 위기 이후 재벌·기업주 들에게 온갖 혜택을 제공하며 재정 위기를 심화시켜 왔다. 이 속에서 민영화는 일시적으로 재정난을 타개할 실용적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노선을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려고 제공하는 특혜와 보조금은 결국 국민의 혈세에서 충당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한겨레〉는 “정부가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완전한 특혜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무엇보다 민영화는 노동계급에게 고통을 전가할 조건과 이데올로기를 만들 지렛대 구실을 할 것이다.

최근 코레일 측은 KTX 민영화 논란의 틈을 이용해 ‘경영 효율’을 내세우며 인력 감축과 외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것은 ‘기업 효율을 위해 노동자 희생도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전파하고 정당화할 수 있다. 정부의 민영화 예찬론은 공공·복지 확대를 바라는 대중의 요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더 넓은 부문에서 구조조정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그래서 정부는 철도 산업에 경쟁 체제를 도입해 공기업 독점으로 인한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해외의 철도 민영화 사례는 효율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보여 줬다. 민영화 이후에도 지급됐던 정부 보조금의 상당 부분은 기업주들의 배룰 불리는 데 쓰였고, 시설·안전 투자는 터무니없이 줄어 끔찍한 재앙만 불렀다.

영국에선 철도 민영화 이후 정부 재정 부담이 오히려 네 배 넘게 증가했고, 56명의 인명을 앗아간 대형 사고가 다섯 번이나 발생했다.

국토해양부가 최근 모범으로 내세우는 일본에서도, 안전 장비 부족과 과속 부추기기 탓에 2005년 열차 탈선 사고로 1백7명이 죽고 4백5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노동자들은 무려 7만7천여 명이 해고되는 고통도 겪어야만 했다.

재앙

정부는 최근 민영화에 따른 요금 인상 우려가 커지자, “요금이 인하되지 않으면 KTX 민영화를 포기하겠다”며 “경쟁이 요금을 낮출 것”이라고 호언장담한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즉각 “돈벌이가 목적인 민간 기업들이 손해를 감수하면서 요금 인하에 동참할 리 없다”고 반박했다. 한국통신이나 해외의 민영화 사례에서 나타난 요금 인상을 떠올려 봐도 정부의 호언장담이 얄팍한 거짓말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노골적으로 “인건비 20퍼센트만 줄여도 요금을 20퍼센트 인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KTX 민영화를 설득해 보려는 정부의 논리는 반발에 부딪히고 있고, 정부가 개최한 토론회들은 “요식 행위”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민영화 반대 목소리는 점차 커졌고, 정부 민영화 정책은 거듭 가로막혔다. 집권 초기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 정책을 쏟아냈지만, 최근 인천국제공항에 이르기까지 정부 정책은 거듭 좌초됐다.

거슬러 올라가 2008년 촛불 운동에서 시작해 한미FTA 반대 운동으로 이어진 저항이 민영화에 제동을 건 원동력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 말기 이명박 정부가 꺼내든 민영화 카드는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민영화 문제가 반발로 꼬일 경우, 임기말 권력누수를 가속화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썼다.

따라서 지금은 정말 싸워볼 만한 때다. 지난 몇 년간 정부의 집중 탄압과 통제 속에 신음한 철도 노동자들도 다시 한 번 기지개를 켤 수 있는 기회다.

반갑게도, 철도노조는 KTX 민영화를 막겠다고 앞장섰다. 2월 4일 수천 명 규모의 대규모 집회를 열고 3월에 범대위 단체들과 함께 더 큰 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철도노조, 민주노총, 범대위는 광범한 사람들을 결집해 운동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총선 이후 민영화 추진을 고집한다면, 파업 등 강력한 투쟁을 벌일 준비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