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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애플 분쟁 ─ 자본주의 경쟁의 정신나간 본질

경쟁이 사회를 발전하게 하는 동력이라는 말을 듣는다. 이 신화는 자본주의가 자신을 정당화하는 핵심적 방법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 법원이 휴대전화 디자인 쟁점에서 역사상 가장 부유한 기업을 편들면서, 이 체제의 정신 나간 면모가 드러났다.

미 법원은 한국 기업 삼성이 아이폰 디자인을 훔친 대가로 애플에게 약 1조 2천억 원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애플은 사각형 몸체에 모서리가 둥근 디자인을 법적으로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갖기 위해 싸워 왔다.

한국에서 진행된 다른 재판에서는 두 기업 모두 서로를 베꼈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판결이 내려진 상품이 있다. 애플이 3G네트워크를 연결할 때 삼성의 기술을, 삼성은 화면 스크롤을 더 편리하게 하기 위해 애플의 기술을 베꼈다. 그러니까 시장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그들의 최고 상품 중 일부는 저작권을 침해했기 때문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애플과 삼성 사이의 다툼은 기업들이 돈 되는 독점권을 지키려 싸우는 것이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법원 밖에서는 이 두 기업은 철천지 원수라 하긴 힘들다. 둘은 서로에게 수익성 좋은 생산-공급 파트너다. 아이폰 부품의 4분의 1 이상을 삼성이 만든다. 바로 그래서 애플은 삼성의 최대 고객이기도 하다.

핸드폰을 만드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이 만든 것이 어느 브랜드로 나가는지 아마 별로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은 똑같이 지옥 같은 공장에서, 악명 높은 폭스콘 같은 하청업체들에 고용돼 일한다.

치명적인

지적재산권법은 치명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제약회사들은 특허약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팔려나가는 것을 가로막는다. 매년 수백만 명이 예방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한다. 사장들은 신약을 연구하기 위한 보상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이런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다. 지적재산권법은 기업들이 새로운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연구를 하는 것보다 다른 제약회사들이 가진 특허권을 피해 가며 비슷비슷한 약을 만드는 것이 더 수익성이 좋게 한다.

경쟁이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소리는 거짓말이다. 경쟁을 도입하면 통신비를 인하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대표적 공기업이었던 한국통신을 민영화했지만, 한국의 이동통신요금에 대한 가계부담지수는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은 2위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히려 KT·SKT·LGT 등 사기업의 이익만 늘어났을 뿐이다.

정치인들은 경쟁이 사회를 조직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본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쟁이 불러오는 혼돈과 파괴야말로 왜 우리가 다른 체제를 위해 싸워야만 하는지를 보여 준다.

물론, 우리는 죽음의 공장 폭스콘을 만들며 노동자들을 초착취해 온 애플이나, 백혈병 노동자들을 나몰라라 하며 무노조 경영으로 일관하는 삼성 중 어느 쪽도 편들 필요가 없다.

노동자들이 단결해 자본주의가 아닌 다른 체제를 건설하는 것을 통해 진정으로 인간의 필요를 위한 혁신과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