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로부터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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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 북한을 떠나게 됐습니까?
어릴 때 어머니가 아버지랑 이혼해서 아버지 손에서 자랐어요. 아버지가 사망한 뒤 엄마와 살았어요.
농촌에서 죽도록 일하고 소갈이 밭갈이 고생하다가 연길 시내 왔다가 한국 사람을 만났고, 그 사람이 도와줘서 한국에 왔어요. 중국에서 싸움도 해 봤고 삥도 뜯어봤어요. 록산청이라고, 비디오방에서 자 봤고, 교회 예배당에도 몰래 들어가 자 봤어요. 경찰에 쫓기기도 해 봤고, 탈출하기도 했고, 맞아도 봤어요. 잡혀서 송환도 여러 번 당해 봤어요. 한 세 번 당해 봤나?
북한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평민들은 거의 옥수수밥밖에 못 먹어요. 더 가난한 사람들은 죽을 쒀 먹거나 쌀을 조금씩 넣어서 풀을 먹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더 못 산다면 굶어죽기도 해요.
김일성이 죽은 1994년이 제일 어려워 하루에 뭐 굶어죽는 사람이 100명인가? 북한의 산이 벌거숭이인데, 다 목재 땔감으로 해서
고아들이 많이 생기고 소위 말하는 꽃제비들이 엄청 많이 불어났고, 어른 노숙자도 많아지고, 도적·살인·강도·강간 이런 게 사회 문제가 됐어요. 쌀 한 자루 때문에 사람 죽이고 살리고 하는 판이니까요.
탈북자들이 북한으로 송환되면 어떤 대우를 받습니까?
중국에서 잡히면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중국 버스에서 뛰어내리다 전봇대에 머리 맞아 죽은 사람도 있어요. 북한에서 신문할 때 깐깐하게 조사해요. 막 패고
구걸해서 먹었거나 농촌에서 일했다고 하면 석 달 동안 노동단련대에 보내 일을 시켜요. 몇 번 탈북했는가에 따라 달라요. 처음엔 6개월, 다음엔 1년 지나 나왔다가 또 중국에 가면 1년 살고 ….
중국 정부는 중국 내 북한 사람을 북한에 송환할 때마다
북한 정부는 탈북자가 생기는 것은 북한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CIA나 한국 안기부가 부추긴 것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아니죠.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은 0.5퍼센트 될까 말까고, 거의 80∼90퍼센트는 난민이죠. 황장엽처럼 북한에서 죄 짓고 온 사람도 있어요. 저는 황장엽 싫어해요.
남한에 오신 뒤 생활은 어땠습니까? 힘든 것은 없었습니까?
남한에 온 지 4년이 안 됐네요. 어려웠던 점은 문화적 차이
문화적 편견, 가난한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도 있어요. 처음보다 많이 풀리긴 했지만, 가장 차이가 나는 건 억양이에요. 억양을 들으면
편견 같은 건 아니지만, 뭐 그냥 애들이 “북한에도 담배 있어요? 맥주 있어요? 과자 있어요?” 하고 물어 봐요. 북한 못 산다고 하니까. 그런 질문받으면 “북한에 그런 거 없다.” 있어도 없다고 말해요.
참 어이가 없잖아요? 북한에도 맥주가 있냐고 묻고. 제가 뭐라고 그러겠어요. 사람 사는 세상에 맥주가 없다고 말하고. “북한에 핸드폰 있어요?” 하는 질문은 좀 낫지만, 그래도 너무 이상한 질문이에요.
한국에 들어오면 ‘하나원’에서 한국 사회에 대한 교육을 적응 단계라고 해서 가르치는데, 진짜 배울 게 없어요. 운전면허나 공부, 한국과 북한의 문화적 차이, 외래어 … 이런 걸 중점으로 가르쳐 줘요. 먼저 온 선배들이 적응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지켜야 할 점, 문화적 차이 등 경험담을 들어보거나 하면 좋은데, 그런 걸 안 하니 솔직히 크게 도움이 안 돼요. 솔직히 운전면허 배워서 뭐해요? 차도 없는데.
정부에 좀더 바라는 게 있다면, 실질적이고 다양한 직업 교육 같은 거예요. 그리고 여기 사람들처럼 평등한
최근 정부가 발표한 ‘탈북자 지원 개선안’을 어떻게 보십니까? 현금 지원액을 이전보다 3분의 2 가량 삭감하고 인센티브제로 바꾸겠다고 합니다.
적응 못 하는 사람은 더욱 더 못하게 되고, 브로커에게 돈 주고
정부는 탈북자들이 브로커에게 주는 돈을 줄이기 위해 현금지원액을 줄이겠다고 하는데요.
브로커 막겠다는 것은 거의 북한 사람 안 받겠다는 논리죠. 정착금 깎으면서 국내 정착을 돕겠다, 브로커 막겠다 하는 것은
탈북자 수용소, 저는 그것도 되게 안 좋게 봐요. 양의 탈을 쓴 늑대라고 생각해요. 북한 사람을 위하는 척하면서 입국을 막겠다는 심산 아닐까 생각해요.
‘기획탈북’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탈북자 문제가 남북관계를 어렵게 한다며 ‘기획탈북’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기획탈북은 막아야죠. 이번에 미국에서 나온 북한 인권법안이랑
제 말은 중국 대사관에 들어간 사람들은 다 받아줘야 하는데, 뒤에서 조종하지 말라는 거예요. 언론의 힘을 빌어서
미국의 명백한 공작에 의해 입국하는 사람들뿐 아니라 대사관에 뛰어든 모든 사람들을, 무엇보다 계획된 도움을 얻으면 ‘기획탈북’이라고 넓게 규정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씀인가요?
정부도 애매모호하게
앞으로 탈북자 정책이나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냥 같은 국민으로 대해 주면 좋겠어요. 그리고 옛날 속담에 ‘쫑개
옛날에 그런
편견을 버리고 언론은 잘못된 방송하지 말았으면 좋겠고, 제 맘을 이해해 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