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증세로 기본소득 쟁취해야

기본소득은 사회경제 대안의 중심

권문석 (사회당 기본소득위원장) sp@sp.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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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적 대응은 이제 그만

‘자본의 위기’가 ‘경제 위기’로 둔갑했다. 자신있게 747을 외치던 이명박 정권은 이제 경제가 어려우니 모두 힘들지만 참자고 이야기한다. 너무너무 지겨운 말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저항운동 의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IMF 경제 위기 당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진영은 “고용안정 쟁취, 구조조정 저지, 정리해고 반대” 등을 외쳤다. 10년이 넘게 지났지만 의제는 “총고용 보장, 경제위기 고통전가 분쇄, 비정규직 우선 정리해고 반대” 등의 생존권적 대응에 머물러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권의 부자 감세나 사회복지 축소에 대해서는 “철회”와 “민생과 일자리”를 주장할 뿐이다. 부족하다.

현 경제 위기가 만인의 삶을 삼켜 버릴 대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수세적 대응으로는 이 위기를 넘어설 수 없다. 보편적이고 공세적인 의제가 필요하다.

ⓒ사진 제공 권문석 사회당 기본소득위원장

임금노동의 굴레를 벗어나자

고용없는 성장 시대다. 그래서 일자리 나누기는 완전 사기다. 만들 능력이 없으니 저러는 것 아닌가. 성장률이 회복되도 대외 의존적인 한국 경제 특성상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러니 인턴, 공공근로, 저소득층 현금(쿠폰) 지급 같은 꼼수나 부리는 것 아닌가.

저항운동의 핵심인 노동자운동 전진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노동자는 하나다”가 선언이 아닌 현실의 대안이 돼야 한다. 완전고용이 불가능한 시대에 비정규직, 실업, 빈곤 문제에 대한 해답은 자본-임금노동 관계를 벗어난 새로운 사회경제 대안으로부터 출발한다.

인간의 모든 노동이 임금노동으로 표현될 순 없다. 기본소득(Basic Income)은 그 발상부터 자본주의적 노동관과 다르다. 기본소득은 임금노동을 사회적 필요노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또한 자본-임금노동 관계에 있지 않아도, 모든 사람은 먹고살 만한 돈을 (공동체로부터)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기본소득은 임금과 부대비용 삭감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공급중심 경제학을 수요중심 경제학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수요중심 경제학이 케인스주의인 것은 아니다. 막대한 재정지출로 인플레이션이 필연적인 케인스주의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히려 수많은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이 꿈꿔 왔던 승수효과가 확실히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저소득층은 국내소비성향이 높을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은 내수를 촉진하고 이에 따른 공급(생산과 일자리)을 만들 것이다. 고전파 경제학자인 세이의 명제(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를 뒤집는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 브라질의 Bolsa Familia(빈곤층 생계수당지급 프로그램)와 나미비아의 기본소득 실험은 저소득층의 내수를 촉진하고 사회경제적 발전 효과를 분명히 보여 줬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본소득은 자산을 심사하거나 노동을 요구하지 않고 모든 국민에게 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에서 중요한 대목은 바로 이 2가지 지점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저소득층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자신이 한 푼도 없고 노동할 능력이 부족함을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굴욕적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근로장려세제(EITC)를 신청한 노동빈곤층은 1년에 최대 1백20만 원을 지원받기 위해, 아무리 힘든 저임금 장시간 비정규직 노동이라도, 반드시 해야만 한다.

본래 기본소득은 사회복지비용 지출이 많고 그에 따른 비대한 관료제를 가진 서유럽 복지국가들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복지국가는커녕 무복지에 가까운 한국에서, 기본소득을 이야기하는 것이 한가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 경제 위기 상황은 기본소득 운동을 촉진시키고 있다.

쥐꼬리만 한 장애인수당, 의료급여 등을 가지고 장난치는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를 없애기 위해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기본소득은 단순히 구빈(救貧)을 위해 지급되는 사회적 자선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동등한 사회구성원 또는 국민이라는 보편적 자격에 근거를 둔 연대를 실현하는 것이다. 연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면 당연히 증세를 주장해야 하며, 기본소득처럼 증세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확실하다면 더욱더 외쳐야 한다.

부자 증세! 기본소득 쟁취!를 외치자

사회당에서 밝힌 기본소득 주요 원칙은 “▲ 국민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지급한다 ▲ 자산 심사와 노동 요구 없이 무조건 지급한다 ▲ 국민의 경제ㆍ사회ㆍ문화적 기본 생활을 보장하는 수준으로 지급한다 ▲ 장애인, 임신부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국민에게는 추가 지원을 한다 ▲ 모든 투기ㆍ불로소득 과세, 부자 증세, 환경세 도입 등을 기본 재원으로 한다 ▲ 성 평등 실현, 공공성 확대, 민주주의 심화, 생태적 지속가능성 증진, 지구적 규모의 불평등 해소에 기여한다”이다.

지금은 부자 감세 철회가 아니라 부자 증세를 외칠 때다. 그렇게 마련된 재원으로 모든 사람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라고 요구해야 한다. 선별ㆍ시혜적 복지가 아닌 사각지대 없는 보편적 복지가 마땅하다고 생각한다면 기본소득을 주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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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프트21> 6호 | 발행 2009-05-23 | 입력 200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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