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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 테리 이글턴 단독 인터뷰:
“신(新)무신론자들은 종종 ‘테러와의 전쟁’을 지적으로 정당화해”

마르크스주의 문화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9월 둘째 주에 방한했다. 이글턴은 고려대학교, 영남대학교, 전남대학교 등에서 ‘신념과 근본주의’, ‘문학의 내면’을 강연했다. 고려대학교 강연 때는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테리 이글턴은 영국에서 현존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문학 이론가이자 문화 비평가다. 국내에도 《신을 옹호하다》(모멘토), 《문학이론 입문》(창비), 《포스트모더니즘의 환상》(실천문학사), 《성스러운 테러》(생각의나무) 등 다수의 저서들이 번역돼 있다. 〈레프트21〉 김용욱 기자가 테리 이글턴을 단독 인터뷰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부 지식인들이 종교 비판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와 리처드 도킨스 등의 기독교 비판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영국에서도 마틴 에이미스가 2007년에 “이슬람이 자기 집안을 단속하기 전에는 탄압당해도 싸다”라고 말하며 이슬람을 공격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신을 옹호한다》와 다른 많은 글을 통해 이들과 논쟁을 벌였는데요. 당신이 생각하는 이들의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테리 이글턴

두 가지 점에서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그들은 신학을 잘 알지 못합니다. 사실, 신학에 무지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기독교를 비판하지만, 그들이 비판하는 기독교는 주로 단순화하고 왜곡된 기독교입니다.

물론, 이 점을 분명히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제도 종교에 문제점이 있다는 그들의 지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이슬람에 관한 논의에서 볼 수 있듯이, 그들은 이슬람 자체와 급진 이슬람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이런 실수를 범했고 마틴 에이미스도 둘 사이의 차이를 흐리곤 합니다. 따라서 그들은 이슬람 전통을 희화화하곤 합니다. 이슬람을 알카에다로 환원할 수 없음에도 말이죠.

둘째, 저는 이런 ‘신(新)무신론’과 ‘테러와의 전쟁’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무신론자들은 종종 ‘테러와의 전쟁’을 지적으로 정당화하는 구실을 합니다.

당신은 지난 20여 년 동안 포스트모더니즘의 공격에 맞서 마르크스주의를 방어해 왔습니다. 당신이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하고 마르크스주의를 옹호한 것은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제가 포스트모더니즘을 비판해 온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이 마르크스주의(와 내)가 소중히 여기는 몇몇 중요한 입장과 가치를 내팽개쳤기 때문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계급투쟁을 버렸고, 총체성이란 개념에 적대적이며, 연대라는 가치에도 관심이 없습니다. 이들 세 가지 사례는 마르크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이 의견 불일치를 보이는 대표적인 것들입니다.

지난 40년 동안 당신의 주요 활동은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 문학을 비평하는 것이었습니다. 최근에는 비평의 영역을 문화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이런 비평 활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사실, 예술 비평, 특히 문학 비평은 정치적으로 크게 중요한 활동이 아닙니다. 그러나 넓은 의미에서 문화, 즉, 정체성, 삶의 방식, 온갖 믿음을 뜻하는 문화에 관한 비평은 정치적으로 대단히 중요합니다. 나같은 마르크스주의 비평가들은 문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어 ‘문화에 관한 비평’의 영역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나는 마르크스주의의 미래가 문학 분석이 아니라 문화에 관한 비평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