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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익히는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
국가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주의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나아가 세상을 변혁하려는 독자들을 돕고자 마르크스주의 기초 개념들을 알기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는 연재다.

최근 유시민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가 화제다. 이 책에서 유시민은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을 폄훼하며 국가를 이용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는 중립적인 기구가 아니며 계급을 초월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대표하는 게 아니다.

국가는 “사회 계약”의 산물이 아니라 화해할 수 없는 계급 적대의 산물로, 군대와 경찰과 같은 무장력에 의존하는 계급 지배 기관이다.

외견상 국가는 중립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한편에서는 계급투쟁의 효과로, 다른 한편에서는 양질의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국제 경쟁에서 다른 국가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국가는 교육·보육·의료 등 ‘공공적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경제가 위기에 빠지면 자본가들과 노동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거나, 투쟁이 지배자들이 용인하는 수준을 넘어 발전하면 국가는 중립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포악한 계급적 본질을 드러낸다. 용산 학살이나 쌍용차 살인 진압을 보라.

자본주의 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이 되면 무장한 억압 기구들이 저항을 진압하고 체제를 수호하려고 전면에 나선다.

군대·경찰·사법부와 같은 국가기구의 고위 간부들은 지배계급의 일부다. 이들은 다른 자본가 계급의 구성원들과 수천·수만 갈래의 줄로 연결돼 있고, 그들 자신이 이 체제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린다. 이들은 대중에 의해 선출되지도 통제되지도 않고, 엄격한 위계제로 관료 조직을 통제한다.

의회를 통해 국가를 통제할 수 있는가?

선거를 통해 불의를 저지르는 의회나 정부를 교체해 국가로 하여금 정의를 세우게 하자는 유시민 식의 주장은 언뜻 보면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한 이유는, 진정한 권력은 의회 밖에 있기 때문이다. 즉 선출되지 않은 자들인 자본가·군대·사법부·부르주아 언론 등이 국가 경제·정치·사회 전반에서 우리의 삶을 좌지우지하는 핵심적 결정을 내린다. 그래서 국가를 활용한 진보적 개혁 시도는 지배자들이 용인할 정도의 제한된 개혁이거나 강력한 대중 투쟁이 뒷받침돼야 일부 성과를 낼 수 있다.

만델라의 경제 자문으로 일하던 패트릭 본드는 남아공에서 ANC(아프리카민족회의)가 통치한 첫해인 1994년에 당시 조직 내에서 “이봐, 우리는 국가를 가졌는데, 권력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거지?”라는 농담이 유행했다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바로 유시민 자신과 노무현 정부가 삼성 재벌이나 신자유주의에 굴복했던 경험이 국가를 통한 개혁 시도의 한계를 보여 주는 극명한 사례였다.

대통령이나 국회가 전체 국가기구를 통제하는 게 아니라, 자본가들과 국가기구가 법과 선출된 정부를 통제한다.

따라서 노동자들은 자본주의 국가를 인수해서 사회변혁을 위해 이용할 수 없다. 자본주의 국가를 폐지하고 노동자 국가로 대체해야 한다.

노동자 국가는 역사상 최초로 생산과 분배 등 경제 영역과 정치 영역을 모두 대중이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기구가 돼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사회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전체 사회를 대표하게 될 때, 국가는 불필요하게 되고 사라져 갈 것이다.

엥겔스의 말처럼, “사회는 자유롭고 동등한 생산자들의 결합의 토대 위에서 생산을 재조직할 것이며, 전체 국가기구를 그것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 즉 박물관에 물레·청동도끼와 나란히 놓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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